건설업계 및 부동산 시장 동향

[스크랩] 도시재생사업의 함정

다큰아이 1 2011. 5. 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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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도시재생사업이란 용어가 등장하더니 국토해양부 산하에 도시재생사업단이 생기고 대도시들은 도시재생사업 전담기구를 앞다퉈 설립하고 있다.

 

급기야 올해부터 국토부는 미래 도시의 재개발모델을 아예 ‘압축도시(COMPACT CITY)’로 정하여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이웃나라 일본과 미국, 유럽 등의 사례에서 볼 때 “정부가 미래에 대한 방향을 올바르게 잡고 있는가?”하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일본은 10여년 전부터 재재발, 재건축 등의 용어 대신 죽어가는 도시를 되살린다는 의미인 ‘도시재생사업’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마치츠쿠리’라는 제도를 홍보하더니 최근에는 좀더 세련돼 보이도록 콤팩트 시티(COMPACT CITY)라는 용어를 도입하고 있다.

 

도쿄역 부근의 마루노우치 개발이나 오모테산도 개발, 민간이 주도했지만 방식이 비슷한 록폰기힐스 개발 등이 이러한 개념의 사업이다.

‘마치츠쿠리’란 특정구역을 뜻하는 ‘마치’와 생선살의 특성에 따라 회를 떠서 가지런하게 정리한다는 뜻의 ‘히키츠쿠리, 소기츠쿠리, 히라츠쿠리’ 등의 ‘츠쿠리’가 합성된 용어인데 ‘특정구역을 가지런하게 정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말로는 명쾌한 번역이 어려워 보통 ‘마을가꾸기’라고 부른다. 해당지역 주민들을 개발 과정에 모두 참여시켜 의견을 골고루 반영한다는 제도인데, 이렇게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해 개발하는 방식은 일본만의 것이 아니다.

 

1950년대 미국의 NPO(Non-Profit Organization), 프랑스 파리의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인 ‘레알(Les halles)’ 재개발의 ZAC라는 제도의 명칭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

예전에는 냄새가 난다고 깔보던 우리의 김치가 서울올림픽과 한류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인 영양식품으로 각광받게 되자 ‘기무치’라고 슬쩍 바꾸어서 일본 고유 음식인 양 유네스코에 등록하려다 들통난 것과 같은 짓이다.

일본에는 토지강제수용제도가 없다. 우리나라는 공공사업을 위해 필요하면 토지소유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토지를 수용하여 개발할 수 있기에 고속도로나 신도시, 공항 등을 단기간에 건설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모든 토지주의 동의를 받기 어려우므로 나리타공항이나 간사이공항 같은 국제공항을 건설할 때 비용이 많이 들고, 거리가 멀더라도 바다를 메워 건설하는 편을 택하는 것이다. 또한 고층건물 한가운데를 뚫어 그 속을 통과하는 고가도로 등의 기이한 구조물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쟁력을 잃고 슬럼화된 도심을 개발하려 해도 토지주들의 반대로 불가능해지다 보니, 정부나 고수익을 노린 개발업자가 생각해 낸 것이 콤팩트 시티 또는 마치츠쿠리다. 즉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된다’고 하는 일본 특유의 ‘화(和)’의 정서를 내세워 모든 토지주 참여라는 ‘집단화’를 이끌어내고 반대 의견을 잠재워 수월하게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콤팩트 시티나 마치츠쿠리 등의 이름으로 완료된 프로젝트를 보면 한결같이 개발 전에 비해 개발 밀도를 크게 높여서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도모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누가 가장 많은 이익을 보았는가를 보면 그 숨은 의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미 1950년대에 미국의 도시계획가 케빈 린치가 ‘Site plan’ 이란 책에서 손바닥을 중심으로 손가락이 뻗어있듯이 도심은 외곽으로 통하는 손가락 같은 도로를 따라 팽창한다는 ‘Finger’이론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도시화 역시 계속된다는 전제에서만 성립될 수 있는 논리이다.

해방 직후 100만명 정도이던 서울을 예로 들면, 1965년 무렵 도시외곽 편입으로 면적이 두 배쯤 늘어나고 인구도 250만명이 되었다. 그후 경제발전과 도시화, 인구증가 등에 따라 강남권이 개발되던 1975년께엔 또다시 면적이 배로 늘고 인구도 두 배가 넘는 550만명이 되었다.

 

1990년대를 피크로 인구는 1100만명이 되었으나 면적은 늘지 못해 인접한 인천, 부천, 안양, 분당, 일산 등 수도권으로 확장되면서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더 이상 증가가 불가능한 90%에 도달하였다.

2016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감소하여 우리나라의 인구는 5000만명을 넘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더 이상 도시 집중도 이루어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멀쩡한 도심이나 부도심을 도시재생이란 미명 아래 전면 철거하고, 2~4배로 개발하는 것은 고도의 수익만을 노린 것일 뿐 더 이상 반복,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니다.

앞으로는 도심건물뿐 아니라 아파트와 같은 오래된 주거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지을 경우 종전의 건물밀도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줄여 지어야 하고 비용은 자신이 부담해야 할 것이다. 과거와 같은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도 국민들의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심리를 바로 잡아줘야 할 것이다.


 

이관표 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출처 : 콘페이퍼 Conpaper
글쓴이 : 엔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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